
수능시험 점수가 나왔을 때였다.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았다.
나는 사흘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점수가 아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 점수가 마치 나 자신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은 어디에 갔는지, 나는 어느 정도인지, 누가 나보다 앞서 있는지 계속 의식했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은 왜 이렇게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할까.
돌이켜보면 나는 다른 사람의 삶을 궁금해해서만 비교했던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내가 옳다는 기준이 필요했다

그 무렵 사촌형이 내게 이런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성인이 되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자기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의 말에 휩쓸려 살아가는 것도 좋은 삶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당시의 나였다.
내 생각은 아직 깊지 않았고 경험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내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만 강해졌다.
그 기준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보다 점점 고집스럽게 만들었다.
누군가 다른 생각을 말하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는 순간 내가 틀리는 것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흔들렸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더 강하게 내 생각을 붙잡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가 아니라
‘내가 옳아야 한다’에 가까워졌다.
비교와 고집은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내 안에서는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게 살아왔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비교가 필요하지 않은 공간

어느 순간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계속 붙잡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옳다고 믿었던 방식들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보기로 했다.
그 무렵 청년공동체 안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대단히 특별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저마다 고민이 있었고, 부족한 모습도 있었고, 아직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는 평범한 청년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곳에서는 비교할 필요가 없었다.
누가 더 나은 대학에 다니는지, 누가 더 빨리 성공하는지, 누가 더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아도 관계가 이어졌다.
함께 예배하고,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 서로의 삶을 조금씩 알아갔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를 발견했다.
내가 부러워하던 사람도 고민이 있었고, 자신 있어 보이는 사람도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했다.
나만 비교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다 보니 오히려 내 모습이 보였다.
나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확인하려 했을까.
누가 나보다 앞에 있으면 불안했고, 누가 나보다 뒤에 있다고 생각하면 잠시 안심했다.
하지만 그렇게 정한 내 위치는 언제든 바뀔 수 있었다.
비교에는 끝이 없었다.
나를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비교를 멈추려고 특별히 노력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느 순간 비교라는 것이 별로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내 관심이 다른 사람과 나의 차이보다 내 마음으로 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왜 인정받고 싶은가.
왜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는가.
그리고 하나님은 지금의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가.
이 질문을 붙들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내 위치를 확인했다면, 이제는 하나님의 시선에 나를 맞춰가고 싶어졌다.
성경에서 베드로는 자신의 길에 대한 말씀을 들은 뒤 다른 제자를 바라보며 묻는다.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때 예수님은 다른 사람의 삶을 설명해주기보다 베드로에게 자신의 길을 걸으라고 말씀하신다.
“너는 나를 따르라.”
예전에는 이 말씀을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말라는 의미로 읽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다른 사람의 길을 알아야 내 삶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처럼 들린다.
하나님은 다른 사람과 비교한 상대적인 위치로 한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으신다.
그 사실을 조금씩 믿게 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마치 오래 묶여 있던 것에서 풀려난 것 같았다.
비교를 멈춘다는 것

물론 지금도 비교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살다 보면 다시 다른 사람의 삶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잘되는 모습을 보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때로는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달라졌다.
예전처럼 그 사람의 삶을 기준으로 나를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면 오히려 내 마음을 바라본다.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가.
그리고 누구의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는가.
사람은 왜 비교할까.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만 비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서 비교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비교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데 있지 않을 수 있다.
비교로 나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선을 만나는 것.
내가 다른 사람보다 앞에 있든 뒤에 있든 나를 한 사람으로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시선 안에서 살아가는 것.
나는 그 시선을 조금씩 배우면서 비교가 필요 없는 삶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교가 사라진 것은 내가 더 강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를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