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 00000000484c81f59d12e4eabbdef0c9

사람은 왜 가진 것보다 없는 것을 더 크게 볼까, 결핍이 나를 설명하기 시작할 때

file 00000000484c81f59d12e4eabbdef0c9

분명 가진 것이 많은데 하나 없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건강한 가족이 있어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집이 보입니다.

괜찮은 직장이 있어도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보입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 한 사람이 마음에 남습니다.

아홉 가지가 괜찮아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하루의 기분을 결정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 말합니다.

“감사해야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감사하려고 애써도 자꾸 없는 것이 보인다면 조금 다른 질문도 필요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왜 가진 것보다 없는 것을 더 크게 바라볼까요.

결핍은 시선을 붙잡는다

file 00000000484c81f59d12e4eabbdef0c9

부족한 것은 우리의 관심을 끕니다.

돈이 부족할 때는 돈 생각이 많아집니다. 시간이 부족하면 남은 시간이 계속 신경 쓰입니다.

심리학자 Anuj Shah, Sendhil Mullainathan, Eldar Shafir는 결핍이 사람의 주의를 변화시킨다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부족한 것이 생기면 그 문제에 더 깊이 집중하게 되는 대신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배가 부를 때보다 배고플 때 음식이 더 잘 보이는 것처럼, 부족한 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마음이 먼저 알아차립니다.

문제는 결핍을 보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그 하나가 내 삶 전체를 가리기 시작할 때입니다.

집이 없는 것이 어느 순간
‘나는 뒤처진 사람’이 되고,

승진하지 못한 것이
‘나는 능력 없는 사람’이 되고,

결혼하지 않은 것이
‘내 삶에는 중요한 무엇인가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 됩니다.

부족한 것이 단순한 조건으로 남지 않고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것을 반드시 채워야 마음이 놓일 것 같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괜찮을 텐데.”

채워져도 다시 부족해지는 이유

22282

그런데 기다리던 것을 얻고 나면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정말 좋습니다.

원하던 집으로 이사하고, 연봉이 오르고, 갖고 싶었던 것을 얻으면 삶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익숙해집니다.

심리학에서는 좋은 변화에서 얻은 기쁨도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현상을 ‘쾌락적 적응’으로 설명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좋은 조건을 삶의 평범한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다시 다른 것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핍의 목록에는 끝이 없습니다.

집을 얻으면 더 좋은 집이 보이고,

원하던 자리에 올라가면 그다음 자리가 보입니다.

한 가지가 채워졌는데 마음은 다시 묻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없잖아.’

그렇다면 문제는 단순히 무엇이 부족하느냐에만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왜 부족한 것이 없어야 비로소 내 삶이 괜찮다고 느끼는가.

여기까지 가면 감사의 문제보다 더 깊어집니다.

존재의 문제입니다.

에덴에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훨씬 많았다

창세기 2장에서 하나님은 사람에게 동산의 나무 열매를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허락된 것은 많았습니다.

금지된 것은 한 나무였습니다.

그런데 창세기 3장에서 뱀의 질문이 시작되면서 시선이 달라집니다.

많이 주어진 것보다 먹을 수 없는 하나가 중심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결국 그 나무가 보기에 좋고 갖고 싶은 것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를 단순히 “욕심내지 말라”는 교훈으로만 읽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인간의 오래된 시선을 봅니다.

주어진 것을 바라보다가도 어느 순간 주어지지 않은 하나 때문에 하나님이 정말 나에게 좋은 것을 주신 분인지 의심하는 마음입니다.

‘왜 이것은 내게 없지?’

그 질문은 조금만 더 깊어지면 이렇게 변합니다.

‘하나님은 왜 나에게 이것을 주지 않으셨지?’

그리고 때로는 여기까지 갑니다.

‘이것이 없는 내 삶도 정말 괜찮은 삶일까?’

결핍은 그렇게 소유의 문제에서 존재의 문제로 들어옵니다.

감사보다 먼저 필요한 질문

22283

그래서 가진 것을 세어보는 일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감사 일기를 쓰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결핍도 있습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그래도 가진 것에 감사하세요”라고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실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해서도 안 됩니다.

상실과 결핍은 때로 정말 아픕니다.

하나님의 시선은 그 아픔을 없는 척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결핍이 한 사람의 존재 전체를 결정하도록 두지도 않습니다.

내게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과
내 삶이 부족한 삶이라는 판단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내가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는 사실과
내가 덜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도 같은 말이 아닙니다.

복음은 우리의 모든 결핍이 원하는 방식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결핍 속에서도 하나님께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믿음은 없는 것을 보지 않는 연습이 아닙니다.

없는 것을 정직하게 바라보면서도 그것에게 내 삶 전체를 평가할 권리를 주지 않는 것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나는 왜 감사하지 못할까”가 아니라,

이것인지 모릅니다.

“내게 없는 이것이 왜 내가 누구인지까지 말하게 되었을까.”

없는 것은 여전히 아쉬울 수 있습니다.

갖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기도하고 노력해도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채워지는 날까지 내 삶 전체가 미완성인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갖지 못한 하나만 바라보지 않으십니다.

결핍 뒤에 가려진 한 사람의 존재 전체를 바라보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