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 000000001c5c82098bfeac1067864abb

사람은 왜 더 많이 만들수록 차별화가 어려워질까? AI 숏폼이 보여준 것

file 000000001c5c82098bfeac1067864abb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이렇게 쉬웠던 적이 있었을까.

배우를 섭외하지 않아도 된다. 촬영장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카메라를 들고 며칠씩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AI를 이용하면 몇 명의 사람이 컴퓨터 앞에서 짧은 시간 안에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AI 숏폼과 AI 마이크로드라마 제작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더우인에 새로 올라온 AI 드라마는 22만 편을 넘어섰고, 7월에는 평균 36초마다 새로운 작품이 등장할 정도였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하게 된다.

이제 콘텐츠 제작으로 돈 버는 일이 정말 쉬워진 것 아닐까.

그런데 숫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DataEye가 5천만 회 조회를 손익분기점의 참고선으로 놓고 분석했을 때, 이 기준을 넘은 작품은 전체의 약 1.3%에 불과했다. 기사 제목에서 말하는 ‘98.7%가 쪽박’이라는 표현은 정확히 말하면, 98.7%의 작품이 이 조회 수 기준의 손익분기 참고선을 넘지 못했다는 의미다.

AI가 제작의 문턱을 낮췄지만 성공의 문턱까지 없앤 것은 아니었다.

AI 숏폼이 넘쳐날수록 더 부족해지는 것

21900

AI는 분명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다.

제작비를 낮췄고 제작 시간도 크게 줄였다. 이전에는 큰 자본과 많은 사람이 있어야 가능했던 일을 작은 팀도 시도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문턱이 낮아지자 모두가 한꺼번에 문 안으로 들어왔다.

콘텐츠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품을 만드는 속도가 열 배 빨라져도 우리의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다. 수십만 편의 영상이 만들어져도 한 사람이 볼 수 있는 영상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AI 시대에 더 귀해진 것은 콘텐츠가 아니었다.

사람의 관심이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비슷한 기대를 품는다.

이것을 배우면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더 적은 시간으로 더 많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시작하면 새로운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람은 먹고 살아야 하고 창작자에게 수익은 현실이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상하게 우리의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AI 콘텐츠가 보여주는 우리 마음의 조급함

21897

어쩌면 AI가 우리를 조급하게 만든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AI는 이미 우리 안에 있던 마음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도구인지 모른다.

적게 수고하고 더 많이 얻고 싶은 마음.

남들보다 먼저 인정받고 싶은 마음.

눈에 보이는 숫자를 통해 내가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조회 수와 구독자 수, 좋아요와 수익은 어느 순간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이런 생각을 한다.

많이 만들어지면 좋은 것이다.

많이 보면 성공한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생산량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술은 콘텐츠를 만드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간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좋은 이야기는 결국 사람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조회 수보다 먼저 바라봐야 할 한 사람

21896

복음서에는 예수님을 수많은 사람이 둘러싸고 있던 장면이 나온다.

사람들이 서로 밀고 밀릴 정도의 군중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많은 사람을 하나의 숫자로 바라보지 않으셨다.

그 가운데 조용히 손을 내민 한 여인을 알아보셨다.

오랫동안 병을 앓았고 자신의 삶을 되찾고 싶어 했던 한 사람이었다.

제자들의 눈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예수님의 눈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이 차이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우리가 콘텐츠를 만들 때도 비슷하지 않을까.

조회 수 100만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들이 어떤 제목을 클릭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화면 너머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외로운 사람이 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지친 마음으로 영상을 켠 사람이 있다.

잠깐 웃고 싶어서 숏폼을 넘기는 사람도 있고, 현실을 잠시 잊고 싶어 화면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보이지 않기 시작하면 콘텐츠는 많아져도 이야기는 비슷해진다.

사람을 향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향해 만드는 콘텐츠가 되기 쉽다.

AI 시대에 좋은 콘텐츠란 무엇일까

21898

중국에서도 이미 저품질 AI 콘텐츠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플랫폼들은 반복적으로 생산되는 저품질 콘텐츠를 관리하기 시작했고 중국 당국도 AI로 만들어진 마이크로드라마에 표시 의무와 플랫폼 관리 책임을 강화했다.

결국 우리는 다시 아주 오래된 단어 앞에 서게 된다.

질.

하지만 좋은 콘텐츠의 질은 화질만을 말하지 않는다.

영상이 얼마나 정교한지, AI 이미지가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제작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나는 좋은 콘텐츠의 질이 결국 사람을 얼마나 깊이 바라보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AI는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고 자연스러운 영상을 만들 것이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만들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기술도 몇 년 뒤에는 누구나 사용하는 평범한 도구가 될지 모른다.

그때 더 중요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시선일 것이다.

AI는 수천 개의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마음 앞에 오래 머무르는 일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그래서 AI 시대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인지 모른다.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누구를 바라보며 만들고 있는가.

하나님은 언제나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을 보셨다.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된 시대일수록 우리에게도 그 시선이 필요하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